솔직히 말하면 유포리아 처음 봤을 때 좀 당황했다. 고등학생들 이야기라고 해서 틀었는데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이었다. 잠깐 멈추고 이거 계속 봐도 되나 싶었는데, 결국 그날 밤 다 봤다.
Euphoria. 넷플릭스 아니고 HBO 드라마다. 젠데이아가 주연인데, 이 드라마 보고 나서 이 배우를 다르게 보게 됐다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스파이더맨에서 봤던 그 이미지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 나온다.
청춘 드라마라고 부르기엔 너무 무겁다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라는 설정만 보면 청춘 드라마처럼 들린다. 실제로는 마약, 중독, 정체성, 트라우마 같은 소재들을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다. 불편한 장면들이 꽤 있다. 근데 그 불편함이 이 드라마를 외면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보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
주인공 루는 마약 중독 고등학생이다. 회복하려고 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시즌 내내 반복된다. 이 과정이 미화 없이 그려지는데, 중독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이렇게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보다 보면 루한테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 감정이 복잡하게 섞인다.
화면이 너무 예쁜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게 포인트다
유포리아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비주얼이다. 색감, 조명, 의상, 메이크업. 화면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나온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포리아 장면 캡처본 본 적 있다면 그게 실제 드라마 화면이 맞다. 편집도 독특해서 일반 드라마랑 다른 감각으로 흘러간다.
근데 그 예쁜 화면 안에 담긴 내용이 전혀 예쁘지 않다. 이 대비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영리한 부분이다. 겉은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안은 엉망인 것, 그게 유포리아가 청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SNS 세대가 자기를 보여주는 방식이랑 실제 삶의 차이 같은 것들이 드라마 전체에 깔려 있다.
등장인물이 많은데 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루 말고도 인물이 꽤 많다. 쥴, 매디, 캣, 카사이, 페이, 나트. 각자의 에피소드가 따로 있을 정도로 한 명 한 명 서사가 깊다. 특정 인물에 집중해서 그 사람의 배경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이 에피소드들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간으로 꼽히는 경우가 많다.
시즌 1이 끝나고 코로나 시기에 스페셜 에피소드가 두 편 나왔다. 루와 쥴 각각 한 편씩인데, 이 두 편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 시즌 1 보고 나서 바로 이걸 보고 시즌 2로 넘어가는 걸 추천한다. 순서가 이게 맞다.
시즌 2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시즌 1이 압도적으로 좋았다는 사람들도 시즌 2에서 의견이 나뉜다. 시즌 2가 더 깊어졌다는 쪽이랑 너무 늘어졌다는 쪽이 공존한다. 직접 느껴보면 둘 다 맞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에피소드는 시즌 1보다 훨씬 강렬하고, 어떤 에피소드는 집중이 흐트러지는 구간이 있다.
그래도 시즌 2의 마지막 두 화는 봐야 한다. 특히 마지막 화 공연 장면은 유포리아 전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 중 하나다. 이 장면 하나 때문에 시즌 2를 보길 잘했다 싶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시즌 3는 아직이다
시즌 3 제작 소식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 공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금 시즌 1, 2 먼저 보고 기다리는 게 맞는 순서다. 시즌 2까지 다 보고 나면 시즌 3가 어서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특히 시즌 2 결말이 열린 채로 끝나는 부분이 있어서 그 이후가 더 궁금해진다.
가볍게 볼 드라마 찾는 거라면 유포리아는 맞지 않는다. 근데 뭔가 다른 감각의 드라마, 보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유포리아 시즌 1은 확실한 선택이다. 1화만 봐도 이 드라마가 자기한테 맞는 건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시작해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