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는 그냥 세련된 미국 드라마였다. 두 번째 봤을 때는 뭔가 놓쳤던 게 보이기 시작했고, 세 번째쯤 되니까 이 드라마가 왜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Big Little Lies. HBO 드라마인데, 7화짜리 미니시리즈다. 분량이 짧아서 하루에 다 볼 수 있는데, 다 보고 나서 뭔가 찜찜하고 계속 생각나는 드라마 특유의 여운이 있다.
겉으로 보면 그냥 부유층 주부들 이야기 같은데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라는 동네가 배경이다. 바다가 보이고 집들이 다 예쁘고 아이들은 좋은 학교 다니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동네. 거기서 살아가는 세 여자의 이야기다.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샤일린 우들리. 세 배우가 주연인데, 각자의 캐릭터가 너무 뚜렷해서 보는 내내 한 명 한 명한테 다른 방식으로 감정이 쌓인다. 특히 니콜 키드먼이 연기하는 셀레스트 캐릭터는 첫 화에서는 그냥 아름다운 변호사 엄마처럼 보이는데, 나중에 그 캐릭터를 다시 생각하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살인 사건이 있다는 건 1화부터 알고 시작한다
드라마 구조가 독특하다. 1화 시작부터 누군가 죽었다는 게 나온다. 근데 누가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마지막까지 안 알려준다. 대신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몇 달 동안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방식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동네 주민들이 인터뷰하는 장면이 중간중간 삽입되는데, 이 장면들이 묘하게 긴장감을 만든다. 다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제대로 말하지 않는 느낌. 그 불편함이 드라마 내내 유지된다.
근데 이게 단순한 미스터리 드라마가 아니다
살인 사건보다 그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더 무겁다. 결혼 생활, 관계,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삶의 차이. 특히 셀레스트 이야기는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구간이 있는데, 그 불편함이 이 드라마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삶 안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직접적이지 않고 천천히 쌓이는 방식이라서, 나중에 가서 돌아보면 초반 장면들이 다르게 읽힌다.
시즌 2는 봐야 할까
시즌 2가 있는데 평이 엇갈린다. 시즌 1이 워낙 완결성이 높아서 억지로 이어붙인 느낌이 난다는 얘기도 있고, 메릴 스트립이 새로 합류해서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1만 봐도 충분하다는 쪽이다. 시즌 1의 마지막 화가 끝나는 방식이 너무 좋아서, 거기서 끝내는 게 오히려 이 드라마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7화, 한 편에 한 시간 내외. 주말 오후에 시작하면 저녁 먹기 전에 다 볼 수 있는 분량이다. 보고 나서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남는다면 시즌 2를 찾게 될 거고, 그건 그때 결정하면 된다.